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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사람/계보
planetarian ~작은 별의 꿈~ 에서
스즈모토 유이치
노인은 꿈을 꾸고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따뜻한 진흙에 쓰러져, 그저 약한 숨만 쉬며,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비는 모두 버렸고 이미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질질 끌어서, 구르고, 뒹굴고……그렇게 해서 도망친 곳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미 얼 것도 마를 것도 없었다.
여기서 죽는 것일까.
미련 같은 것도 없고, 썩은 세계에 진 빚 따위도 없다.
다만, 품에 있는 방수 케이스, 그
안의 내용물이 타들어가는 듯 뜨거워, 그의 호흡을 멈추게 하지 않았다.
이윽고──
가늘게 내리는 비의 저 편에서 희미한 기척이 느껴졌다.
몇 명의 발소리였다.
아마도 환청이겠지,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절망에는 익숙해져 있었지만 희망에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윽고 발소리는 가까워져 왔다
무시하고 생각을 정리하려 했을 때, 발소리의 하나가 그의 곁에서 멈추었다.
적탄대(sling)의 삐걱거리는 소리로,
상당한 배낭(sack)을 짊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른쪽 다리가 박살났구만」
중년 남자의 소리였다.
그리고 옆구리를 찌르는 감촉.
자동소총의 총구다. 아무래도 시체로 보는 같다.
혹은, 지금부터 시체로 만들 생각인가──
팔을 움직여서 벌레같이 무례한 총구를 치우려 한다.
허를 찔렸는지 남자가 숨을 집어 삼켰다.
「어이 당신, 살아있는 거야?」
「……아마도」
그렇게 대답했다. 소리가 나오는 것이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것이, 마치 불의의 불사자 같았다.
「너도 폐품상인가?」
총구는 그대로 겨냥한 채 다시 질문한다.
그것은 더욱 어려운 질문이었다.
「아니……」
십 몇 시간 전, 봉인도시에 있었을 때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폐업했다──
그 뒤를 이어 말하려는 순간 다른 감정이 끓어올랐다.
당황스럽게도, 그것은 수줍음이었다.
미쳤다고밖에 볼 수 밖에 없을 바보스러운 나의 정신은, 그 일을 현실로 하자는 유혹에 지고
말았다.
그래, 상관없잖아.
최초의 바보가 동굴에서 그것을 바라본 후 부 터, 동류는 그 이후에도
별의 수만큼 있었으니까.
그는 대답했다.
「나는 별을 파는 사람이다」
그 때부터 몇 십 년이 지난 걸까.
마치 어제의 일과 같았다……
추억은 비에 깨어지고, 다른 기척을 느꼈다.
또 발소리다.
아니, 다르다.
너무 규칙적이다.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닌 것이, 그저 순수한 책무로 다가오는 소리다.
그가 알고 있는 간격보다 그것은 훨씬 느리다.
하지만 동질의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가 노인은 알고 있었다.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눈을 간신히 비틀어 열었을 때.
눈 앞에 있던 것은, 아름다운 금발의 여자였다.
칠흑의 수도복으로 균형 잡힌 몸매의 장신을 뒤덮고 있었다.
침대 위에서 누워있는 그에게 살짝 미소 짓고 있다. 그 모습은 그녀와
닮았으면서도 닮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별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지, 메모리 카드……」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는 오른손으로 그는 자신의 가슴팍을 더듬는다.
그곳엔 있어야 할 방수 케이스가 없었다.
소중한 담배를 대신해 보물을 넣어 둔 상자다. 길고 괴로운 여행 내내
어떤 역경이 있어도, 결코 속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막아준, 손에서
땐 일이 없는 상자다.
팔을 서서히 올려, 머리맡을 찾는다.
손가락에 무엇인가가 닿았다.
작은 상자인 것 같았다.
열려 있는 상자의 안쪽에 딱딱한 감촉을 잡아, 떨리는 손가락으로 쥐었다.
구리덩어리같이 무거운……아니. 무거운 것은 팔이다.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무시하는 그것을, 조금씩, 정말로 조금씩, 눈앞까지 움직였다.
작은 메모리 카드는, 작은 십자가로 변해있었다.
혼탁한 기억의 심지에, 갑자기 빛이 켜졌다.
그래, 이것도 보물이다.
레비, 욥, 루츠. 오래된 이름을 가진 세 명의 아이들. 별의 사람의 증거── 그 메모리 카드와 바꿔, 그 아이들이 자신에게 준 것이다.
분명히 실망했겠지. 혹시 화가 나 있을까. 가르칠 것은 많은데 스승이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괜찮아.
그 세 명이라면 반드시 잘 할 수 있다. 자신은 그들에게 처음부터 있었을
진실을, 가짜 별로 아주 약간 보여준 것뿐이다. 언젠가 그
아이들은 스스로 그것을 찾아 낼 것이다. 그리고 노쇠해진 선대보다 훨씬 먼 곳까지 가겠지……
자신이 미소를 띄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 가슴에도 십자가가 있었다.
그리고 노인은 그녀가 왜 여기에 나타났는지 생각했다.
「……맞이하러, 온 건가」
노인은 말했다.
하지만 대답은 없다.
「그 문은 하나인가?」
다시 묻는다.
「둘이라면……나는, 가지 않겠어……」
숨길 생각이었지만, 조금 답답하다.
금발의 수녀는 단정한 입술을 움직였다.
하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랜 세월 동안 방치되어 있었으니 발성 장치가 이미 고장 났겠지.
무언의 대화는 10초 정도 계속되었을까.
이윽고 수녀는 천천히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기도하는 듯이 두 손을 모으고 두 눈을 감는다.
그 행동은 수억의 말보다도 마음에 닿았다.
노인도 따라서 눈시울을 닫았다.
전원이 끊어지는 듯이 모두가 어둠에 덮였다.
하지만, 순식간이었다.
의식이 밝고 맑게 개이고 시야가 돌아왔다.
남미 대륙의 설원에 숨겨진 지하거주구의 응접실. 조명이 박힌 높은 천정, 부드러운 침대와 청결한 시트.
방의 구석에 방치되어있는 손수 만든 허술한 휴대 투영기.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새로운 소유자들의 손으로 정비되고
개량될 것이다.
새벽을 기다리다 지친 여름의 아이처럼, 노인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양 다리를 바닥에 딛고 일어선다.
분명히 없어졌을 오른쪽 다리는 거기에 있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응접실의 입구에서 등색의 빛이 새어 나온다
그것은 그립고, 따뜻한 색이었다.
그저 끌어당겨지는 듯, 노인은 그 쪽으로 다가갔다.
큰 원형의 방이 있었다.
반구형의 높은 지붕에 조도를 떨어뜨린 간접조명이 비치고 있었다.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좌석이 중앙을 둘러 듯이 둥글게 배치되어 있다.
자리엔 빠짐없이 관객들이 앉아 있다.
그 중에서 본 적 있는 모습이 있었다.
자기 몸집만한 꽃다발을 무릎 위에 올린, 어린 소녀가 있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사랑스러운 손을 흔들흔들 흔들어 주었다.
노인은 통로로 걸음을 옮겼다.
작은 남매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흥미 진진한 얼굴 여동생에게, 오빠는 자신이 알고 있는 달의 크레이터들에
대한 것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 마다, 모두가 선명하게 물이 들어, 되살아난다.
젊은이도, 연로한 사람도 있었다.
가족끼리도, 친구끼리도, 연인도
있었다.
모두, 느긋하게 앉아, 지금부터
시작될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노인은 이미 알고 있었다.
마음의 천개(天蓋)는, 시간도 거리도 문제될 것이 없다.
그것은 어두운 곳에 있기에, 모든 사상을 비춘다, 라고.
원형의 객석 중심에는, 그 거대한 2구식의
투영기가 있었다.
마치 공장에서 막 출하한 것 같이 모든 부품은 단 하나의 틈도 없이 세워져 있고,
렌즈는 고귀한 보석과 같이 투명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 옆에, 자동인형(로봇)이 서 있었다.
긴 두 갈래의 머리카락과 커다란 리본, 열 다섯 정도의 소녀의 모습 그대로, 두 손은 가지런히 모은 채, 그에게 미소 짓고 있었다.
노인도 지금은 노인은 아니었다.
비 속의 봉인도시, 잊혀진 플라네타리움,
그녀와 때를 보냈을 적 그대로의 모습과 마음으로, 그는 말을 건냈다.
「오랜만이구나」
「네, 오랜만입니다」
그녀는 말했다.
꼼꼼한 동작으로 오른쪽으로 목을 기울이고 광학 수지의 눈동자를 가늘게 했다.
「건강한 것 같네」
「네. 저는 로봇이니까요……」
그 말을 이으려던 때였다.
그녀의 눈동자가 갑자기 물기를 띠고, 눈물이 뺨을 흘렀다.
그것은 계속해서 흘러 제복의 넥타이에 스며들고 가슴의 명찰을 적셨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마음을, 대신에 전하는 것 같았다.
「그렇구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되었구나……」
그는 다가가 그녀의 머리카락에 가만히 손을 올렸다.
그렇다, 놀라워할 것은 없다.
사람의 소원도 로봇의 소원도, 여기에선 모두 이뤄지니까.
「네, 손님……」
상냥한 로봇은, 수줍어하며 대답했다.
「나는 손님이 아냐」
나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주위에는 그녀의 동료들이 줄을 서서 마치 결혼식 하객과 같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
처음 만나는 것일 텐데, 아주 오래 전부터 함께 일한 동료 같았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언제부터인가 이 별에서 태어나, 이 별이 길러 온, 「별의 사람」의 계보.
그 마지막에 지금, 자신도 더해지는 것이라고.
「자, 투영을 시작하자」
그는 조용하게 선언하고, 파트너인 소녀에게 미소 지었다.
만뢰의 박수가 울러 퍼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