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ZO의 첫 오리지널 극장 애니메이션. 예전부터 한 번은 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영 볼 기회가 없어서 미루고 있던 차에 니코니코에서 오프닝 영상을 보고 반해서 결국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다. 보기전부터 '오프닝만 최고', '오프닝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는 평가를 들어왔던지라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하 글에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혹여나 이걸 볼 사람은 안읽는 편이 좋을 것이다.
이 작품의 키포인트는 영상과 음악이다. 곤조가 처음 시도하는 오리지널 극장판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인지 영상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특히 숲의 용들과 배경의 묘사는 가히 압도적인 퀄리티를 자랑한다. 오프닝에서 나오는 달에서 용이 내려오는 장면은 그야말로 이 작품의 최고의 영상미를 보여준다. 정작 클라이막스는 심심했는데 말이지.
음악 또한 수준급. 그중에서 최고를 꼽으라면 역시 오프닝곡인 調和 oto ~with reflection~. KOKIA 특유의 창법과 어딘가 환상적인 멜로디, 웅장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한마디로 하자면 끝내주게 좋은 노래다. 그 외에 배경음악들도 절대 부족함이 없다.
세계관도 굉장히 흥미롭다. 달에서 자라던 나무들이 용과 같은 모습으로 지구상에 떨어지진다. 그 여파로 문명세계는 무너지고 전 세계가 숲에 지배를 받는다. 숲은 물을 무기로 인간들을 협박하고 인간은 그런 숲과 협약을 맺고 공존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세계에서 과거의 세계에서 잠들어있던 소녀가 깨어난다.
뭐, 여기까지는 굉장히 좋았지만 문제는 그 다음. 1시간 30분이라는 상영시간이 문제라는 것은 알겠지만 시나리오가 너무 엉성하다. 특히 캐릭터간의 감정이 손바닥 뒤집듯 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 아기토와 투라가 서로 좋아하는 것은 약속된 전개이지만 도대체 이 둘이 언제 무엇을 했길래 저런 감정을 가지게 되었단 말인가? 첫눈에 반해서? 설마.....
슈낙은 아예 포지션 자체가 어정쩡하다. 첫 등장때는 완전히 악의 무리의 수장이라는 느낌이더니 알고보면 이 세계를 원래대로 되돌리려는 자신의 대의가 있는 녀석이다. 헌데 알고보니 이녀석이 달의 용들을 폭주시킨 장본인인데다 이제와선 세계의 모든 숲을 태워버리고 정화를 하겠다고 설치고 있다. 그래놓고선 아기토의 힘에 의해 숲이 되고나서는 진리를 깨달았다는 듯이 '이것 또한 생명의 모습의 하나라는 것을...' 같은 대사나 지껄이고 있다.
숲의 의지도 이상하긴 매한가지. 처음엔 인간과 적대적인 듯이 나오더니 마지막에 와서야 '숲은 인간을 낳는다' 같은 헛소리를 하고 있다. 이건 무슨 츤데레 캐릭터인가요? 얘들은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 같긴 한데 애초에 등장하는 횟수가 굉장히 적은데다 역할도 없어서 뭘 상징하는지 파악도 안된다.
왠지 중요한 인물일 것 같던 3명의 개척자들은 그저 조역에 불과하고 아기토의 친구도 별 비중이 없다. 이렇게 비중없는 캐릭터들은 도대체 왜 등장시킨 것인가? 가뜩이나 상영시간도 빡빡한데.
필자가 생각하기엔 중간에 스토리 플롯이 완전히 뒤집히면서 생긴 결과가 아닌가 싶다. 초기 프로모션 영상에는 투라가 라그나에 잡혀간 듯한 영상이나 연출이 다수 나오는데 본편에서는 전부 삭제되어있고 투라가 스스로 라그나측에 가담한다. 도대체 왜 삭제한 것일까. 괜히 플롯 고쳐서 시나리오가 이꼴이 된 것이 아닐까. 후반부 작화가 미묘하게 전반부보다 날려그린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이것때문인가...
이유야 어쨌든, 결국 이 작품은 '곤조답게' 용두사미로 끝나버리고 오프닝 영상에서 존재의의를 찾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도 극장에서 본 사람들은 영상미라도 실컷 즐겼지 DVD 산 사람들은 도대체 뭐가 된 건지 안구에 습기가 차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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